군시절 어머니의 면회
군시절의 추억 GOP로 면회온 어머니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단정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하는 GS칼텍스의 착한기름이야기 CF를 보면 서 군시절 있었던 추억의 한토막이 떠오른다. 나는 강원도 철원에서 군시절을 보냈다. 1996년말 신병으로 자대에 들어오고 나서 두달여 정도의 시간이 흘러 GOP로의 부대이동이 시작됐다.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몹시 추운, 앞도 잘보이지 않는 깜깜한 겨울밤에 부대는 이동했다. 부대이동 일주일전 소대장은 부대이동 사실을 집에도 알리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군기가 바짝들어있던 나는 부모님과 통화하면서도 부대이동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그렇게 부대이동을 하고 GOP에서 근무한지 두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소대인원이 충당되지 않아 휴가는 커녕 잠도 이틀에 4~5시간을 자야하는 상황이였다. 부모님께 편지한통 보내서 GOP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한건 불과 2틀전이였다. 전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GOP야간근무를 마치고 점심쯤 일어나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찰라 무선교신이 들어왔다. 중대막사로 가서 전화를 받으라는 것이였다. 나에게 누가 철책으로 전화를 한단말이가?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20분정도 걸리는 중대막사로 달려갔다.
전화는 다름아닌 어머니였다. 두달동안 이곳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둘러볼 여유도 없이 마치 기계와 같이 아무생각안하고 지내던 나에게 어머니의 목소리는 귀에서들리는것이 아닌 가슴에서 들리는것 같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예전부대로 새벽부터 음식을 바리바리 챙기셔서 아버지와 함께 승합차를 몰고 새벽길을 달려오신것이다. "너있는데는 면회가 안되다고 그러내....우리아들 얼굴도 못보고..." 어머니의 처량한 목소리다. " 너 좋아하는 LA갈비랑 동그랑땡 많이 가지고 왔는데..." 순간 왜이리도 가슴이 메어지는지 나도 모르게 짜증을 벌컥 냈다. "왜 왔어요! 편지 보냈잔아~ 오지말라고...전화통화되면 그때 오셨어야죠...왜 왔어요.." 당연히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엄한 편지이야기를 꺼내며 군대오기전 퉁명스런 말투를 억지로 내뱉었다.
채 몇마디 나누지도 못했는데 옆에서 빨리 끊으라고 눈치주는 중대 상급병사들 때문에 짜증섞인 말투와 함께 조심해서 가시라며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내가 근무했던 GOP는 소대막사로 내려가는 산길에 아무도 없다. 옆길에는 지뢰밭만이 무성하고 가끔 뱀이나 기어다니는 아주 적막한 길이다. 그날따라 더 적막해 보이는 길을 조용히 혼자 소대로 향하며 새벽부터 먼길을 달려오신 어머니 생각에 ... 얼굴도 못보여드린 죄송한마음에... 걸음걸이에 맞춰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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